이번 미식기행은 일단 남당항에 들러서 새조개 샤브샤브로 배를 채우고, 그 다음에 홍성IC 방면으로 들어오면서 한용운 선생 생가지와 김좌진장군 생가지를 둘러보는 코스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40번 국도를 타고 남당리 방면으로 가면 남당항이 나타난다. 올해 처음으로 새조개축제가 개최되고 있는 탓인지 길목마다 표지판이 붙어 있어, 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당항에는 온통 `파라솔`이라고 붙은 포장마차 같은 식당들이 가득하다. 해변 쪽으로 늘어서 있는 것은, 색색깔의 비닐하우스들이다. 여기에는 새조개 구이와 새조개 회, 새조개 샤브샤브 등 새조개 음식들이 활황을 누리고 있다. 주변의 다른 횟집에서도 주차장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고, 곳곳에서 식당 관계자들이 나와서 손님을 끌어가기 위해 손짓을 해댄다. 그 중에서 남당리 남해파라솔(041-631-6364)은 주차가 편리하고, 자리가 넓은 편이다.

조개구이와 석굴구이, 쭈꾸미 샤브샤브 등을 판매하는 이곳에서는 요즘 `새조개 샤브샤브`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샤브샤브는 원래 쇠고기를 주원료로 하는데, 여기서는 새조개가 쇠고기를 대신한다. 새조개는 새의 부리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로 채취되고, 천수만 해안에서 간척지 공사 이후부터 많이 잡히는 어패류로 등장했다. 워낙 몸뚱이가 큰 조개라서 무게가 묵직하게 잡히는데, 손질해 놓은 새조개 속살은 언뜻 보기에는 흐물흐물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때 사용하는 발이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모양을 잘 유지하고 있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1kg에 32,000원. 1kg이면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다. 무와 파, 버섯 등이 들어간 전골냄비를 올려주면, 보글보글 끓이다가 새조개를 국물에 넣어서 살짝 데친 정도일 때 꺼내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조개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가 하면 쫄깃하고 따뜻한 육질이 매력이다. 일반 조개에서 느낄 수 있는 조개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들보들하면서 쫄깃하다는 느낌은 다른 음식에서 느끼기 힘든 것이다. 게다가 새조개가 워낙 덩치가 있어 한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뿌듯하다. 새조개 샤브샤브의 또 다른 매력은 조개 국물에 칼국수나 라면 사리 등을 넣어서 끓여먹을 수 있다는 점. 조개국물의 시원함이야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샤브샤브를 먹은 후 조개국물에 면사리까지 먹고 나면 한결 포만감이 든다. 뿌듯하게 먹고 나서는 길을 또 나서본다. 40번 국도를 타고 다시 서해안고속도로 방면으로 가는 것도 좋겠고, 아예 결성 방면으로 가는 96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결성읍내에서 좌회전해서 한참을 올라가면 `한용운 선생 생가지` 표지와 `김좌진 장군 생가지` 표지가 함께 나타난다. 표지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좁은 골목에서 왼쪽으로 화살표가 되어 있고, 길을 따라가면 `만해로` 라는 표석이 보인다. 만해로를 직진으로 들어가면 곧 한용운 선생 생가지.

한용운 선생 생가지는 독립운동가이자 불교시인인 한용운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한용운 선생의 생가에는 <나룻배와 행인> 시비가 서 있고, 생가 내부에는 선생의 대표작인 <님의 침묵> 이 표구로 만들어져 전시돼 있다. 시인의 시를 읽는 재미도 있지만, 한용운 선생이 출가하기 전에 젊은 날을 보냈던 곳이라는 사실과, 내설악 오세암에서 수련하고 백담사에서 출가한 이력을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생가 옆에는 한용운 선생의 사당이 서 있고, 기미독립선언문에 덧붙인 `공약삼장`이 비석에 새겨져 있어, 선생이 독립운동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좀 전에 지나친 좁은 골목길까지 되돌아 나와서, `한용운 선생 생가지` 표지가 붙은 전봇대를 기점으로 좌회전해서 내려가면 김좌진 장군 생가지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김좌진 장군 생가지에는 김좌진 장군의 생가와 백야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김좌진 장군은 1916년에 광복단에 가담하면서 항일 독립투쟁을 본격화한 독립투사다. `청산리전투`로 알려진 1920년의 항일 독립투쟁을 진두지휘했던 분. 정갈하게 잘 정리된 생가에는 `김좌진`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다. 방 몇 간과 우물, 장독대, 툇마루가 당시 생활상을 보여준다. 툇마루 한쪽 방 문 위에는 김좌진 장군의 서한이 붙어 있고, 방 곳곳에는 장군의 사진과 필적이 남겨져 있다. 1930년 청년 공산당원의 흉탄을 맞고 쓰러진 김좌진 장군은 “할일이 너무도 많은 이때에 내가 죽어야 하다니, 그게 한스러워…”라며 세상을 등졌다. 안방에는 김좌진 장군의 사진과 함께 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적막한 달밤 칼머리에 바람은 찬데 / 칼끝의 찬서리는 고국생각 돋는구나 / 삼천리 금수강산에 왜놈이 웬일인고 / 더러운 세상 한 칼로 쓸어 버릴 길 없다.” 김좌진 장군이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비분강개한 <당장지통>은 생가지 안쪽에 비석으로 서 있다. 백야기념관에는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전투를 재현한 미니어처, 김좌진 장군 흉상, 그리고 독립운동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김좌진 장군 생가지는 다른 생가지에 비해서 보존이 잘 돼 있고, 볼거리도 많은 편이다. 특히, 국권 회복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김좌진 장군의 생가지에서는, 문득 `면책특권`을 면죄부로 삼아 사리사욕에 물들어 있는 지금의 국회가 더욱 한탄스럽게 느껴진다. 김좌진 장군 생가지를 돌아보고 난 후에는 들어온 길목의 반대편에 있는 다리를 건너 국도에 오를 수 있다. 여기서 서해안고속도로까지는 5분여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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