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로 유명한 경기도 여주에는 신륵사 외에도 명성황후생가와 기념관, 목아불교박물관 등 소소하게 볼거리가 많다. 물론 `도자기`와 관련해서 여주도요단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 미식기행에서는 하루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명성황후생가와 목아불교박물관 코스로 떠나 보겠다. 여주IC에서 가깝기도 하려니와 목아불교박물관 안에서는 사찰정식을 차려내는 걸구쟁이네가 유명하니 그곳에 들러 사찰음식을 맛보는 코스가 되겠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나가 여주 방향으로 가다가 우측에 명성황후생가가 지척에 있다.

명성황후는 1851년 9월 여주에서 여성부원군 민치록과 한창부인 한산 이씨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여주 생가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가는 안채만 있던 것을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를 복원함으로써 제모습을 갖추었는데, 명성황후는 16세 때 왕비로 책봉되었고, 1895년 을미사변으로 일본 무사에 의해 무참히 시해되었다. 그 역사를 말해 주는 기념관, 추모비, 그 추모비 뒷면에는 김남조 시인이 지은 `오오 황후시여`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명성황후 시해의 애통함과 슬픔을 노래한 김남조 시인의 추모시는 구자송 선생의 글씨로 새겨졌다. 생가 내부에는 명성황후가 어린시절에 머물렀던 곳으로 추정되는 별당이 있고, 명성황후의 어린시절을 재현한 인형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명성황후의 생가는 1995년에 명성황후의 뜻을 기리는 생가 성역화사업의 일환으로 기념관과 공연장, 추모비, 동상, 조각공원과 함께 사적지로 복원되었다. 명성황후 생가에서 나와서 여주대학을 지난 다음, 42번 국도를 타고 연양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목아불교박물관 표지가 나온다. 대순진리회 건물인 벽돌색 건물이 나오면 우측으로 내려와서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한다. 1km 정도 지나면 좌측에 목아불교박물관 주차장이 있는데, 걸구쟁이네에서 식사를 하려면 우측의 박물관 앞까지 가서 그 앞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해도 된다.

목아불교박물관은 불교인이 아니라도 가 볼만한 곳이다. 특히 인근에서는 데이트코스로 알려져 있는데, 잘 정돈된 정원과 박물관 앞에 있는 각종 예술품들이 눈길을 끈다. 1990년에 개관한 목아박물관은 목아 박찬수 선생이 설립한 사립박물관으로, 목아 박찬수 선생은 1996년에 중요 무형문화재 108호인 목조각장으로 지정되었다. 이 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조각기법으로 조각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박물관 문화학교와 문화강좌 등에 참여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았다. 잘 다듬어진 정원과 목조각, 석공예 작품 등을 감상하면서 박물관을 한바퀴 돌고 나면 초가지붕을 얹은 `걸구쟁이네(031-885-9875)`를 발견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박물관 안에 마련된 음식점인 `걸구쟁이네`는 사찰음식을 차려내는 음식점으로 유명하다.

`걸구쟁이`라는 특이한 이름에는 유래가 있다. 원래 강원도 원주군 강천면에 속하던 걸은리는 행정구역이 재편되면서 `걸촌`과 `기은리`가 합쳐졌는데 두 이름이 복합돼 `걸은리`로 불리게 되었다. 고려 유신이 조선 초에 난을 피해 걸은리에서 `걸은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안주했다고 해서 `걸은정`이라 불리다가 후일에 `걸구쟁이`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걸구쟁이네의 음식점 이름은 `걸신들린 듯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는 것 때문에 `걸구쟁이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부터 `걸신들렸다`는 말과 함께 `걸구들렸다`는 말이 같은 말로 쓰였다고 한다.)

걸구쟁이네의 음식은 사찰정식이 으뜸이다. 자연의 맛을 살려서 전통적인 조리방법으로 만드는 음식들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다. 예부터 수행을 하는 스님이나 수도자들은 오신채가 들어간 음식과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오신채란 파, 마늘, 달래, 부추, 홍거 등이다. 대신 부족한 기름기를 메우기 위해서는 깨, 콩, 부각 등을 섭취했다고 한다. 이 음식점에서는 사찰음식을 일반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해 음식을 만들고, 김치를 뺀 다른 음식에는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술도 직접 발효시켜서 만든다. 정식을 시키면 1차로 부각과 동백부각, 산초두부, 장떡 등이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먼저 차려진다. 그것을 먹고 나면 한상 가득 정식이 차려진다. 취나물, 깻잎장아찌, 박나물, 머위. 무말랭이, 두부장아찌, 가지, 호박, 도토리묵 등 헤아리기에도 벅찬 음식들이 차려지는데, 김장아찌, 두부장아찌 등은 다른 곳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진귀한 맛이다. 하나씩 맛보기에도 한 그릇의 밥이 비워질 정도. 게다가 밥은 돌솥에 지어져 나오는데, 옥수수쌀이 흰 살을 곱게 드러내 먹어버리기 아깝다. 단, 짜고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싱거운 상차림이겠다 싶다. 각종 장아찌와 장은 즉석에서 구입해서 가져갈 수도 있다. 사찰정식 : 15,000원 / 솔잎편육 : 20,000원 / 동동주 10,000원 목아박물관의 관람시간이 끝나도 걸구쟁이네는 영업이 계속된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면 뒤쪽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야 한다. 돌아갈 때에는 박물관에서 나와서 대순진리회 회관 앞으로 가서 42번 국도를 타고 영동고속도로로 들어가도 되고, 이천 방향으로 가서 국도를 통해 귀가할 수도 있겠다.

[문의처] 명성황후생가 031-880-1881 목아박물관 031-885-9952 걸구쟁이네 031-885-9875